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1년 2월 묵상카드

- 단상 (2011년 02월) -
높은 산에는 눈이 내리고
낮은 들에는 비가 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하늘에서 내리는 같은 물이라도
높은 산은 그것을 흰 옷으로 만들어 위용을 자랑하고
낮은 들은 그것을 흡수하여 생명의 싹을 틔우나이다.

교만한 사람은 주어진 것들을 화려한 권위로 치장을 하고
겸손한 사람은 주어진 것들을 생명과 사랑으로 바꾸나이다.

사람은 본래 이 세상에 올 때 알몸으로 태어났으며
떠날 때에도 빈손으로 저 세상으로 건너가나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
권력과 재물, 명예와 지혜는 내가 성취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이며 주어진 것이기에 우리 모두의 것이나이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부의 노력도 허사가 되듯이
너와 그 사람이 없었다면
나의 소유도 손에 쥐지 못했나이다.

높고 높은 흰 산의 위용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지만 적막감이 감돌고
낮은 들은 사람들이 밟고 다니지만
수많은 생명들의 합창소리가 들리나이다.

참으로 겸손한 사람이 되려면
주어진 형편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인연을
소화시켜야 하나이다.

오늘의 작은 불행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
내일의 큰 행복을 차지할 수 없으며
내 앞의 그 사람도 품을 수 없는 사람이
내일의 군중들 앞에 설 수가 없나이다.

왜냐하면 오늘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한채
내일의 아침밥상을 맞이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먹고 소화시켜 내 육신이 성장하듯이
오늘의 노고와 시련 아픔과 고통을 소화시키면서
내 인생이 커가나이다.

소화시킬 수 있는 만큼만 소유하시고
나머지는 개울처럼 강처럼 흘려보내소서.
재물과 명예 권위와 권력을 조금만 누리시고
낮은 사람에게로 천한 사람에게로 흘려보내소서.

만약 들판이 물을 욕심낸다면
수많은 생명들의 뿌리가 썩듯이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에 욕심을 낸다면
나와 관련을 맺고 있는 많은 인생들이
시들어 갈 것이나이다.

몸이 가벼워야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듯이
나의 존재가 가벼워야 나의 인생의 운동장에서
마음껏 뛸 수가 있나이다.

님이시여,
부디 임종 때까지 많은 생명들에게
촉촉한 들판을 제공해 주시고
임종 때에는 많은 들꽃들의 환호를 받으며
웃으면서 인생을 마무리 하소서.

님께서 흘려보내신 물은 이미 바다가 되어 있나이다.


2011년 2월 최영배 (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