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83 (10월)-
산에 나무들은 물을 모으지 않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산의 나무들은 물을 가두어 두지 않나이다.
가두어 두면 뿌리가 썩고 가두지 않아도
또 다시 비가 내릴 것을 잘 알고 있나이다.
방금 태어난 강아지들도 어미젖의 개수만큼
남아있고 나머지는 죽나이다.
이렇듯이 자연의 섭리는 끊임없이 돌고 흐르면서
차고 넘치거나 모자라지도 않게
모든 생명들을 키워가나이다.
사람 또한 자연과 우주의 일부이며
그 이치와 속성에 분명히 속해 있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모으고 쌓아가나이다.
재물을 모으고 권력을 쫓아가고 명예를 탐하면서
자신만의 성벽을 높이 쌓아가나이다.
오늘날의 우리 사회공동체는 저 마다의 욕심의 성벽 때문에
이웃이 보이지 않나이다.
너와 내가 단절되고 나와 그 사람의 관계가 끊기면서
우리 모두는 더 이상 흐르지 않나이다.
지구가 돌지 않으면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없고
심장의 피가 흐르지 않으면 내가 살아 있을 수 없나이다.
너와 나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모두는
서서히 몸이 굳어가는 루게릭 환자로 바뀌어가고 있나이다.
무엇이 모자라서 한없이 모으면서 쌓고 계시나이까?
모자람은 주어진 현실보다 욕심이 많은 것이고
풍족함은 주어진 현실보다 감사가 큰 것이나이다.
욕심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무모한 행위이며
인생의 화를 부르는 원인이나이다.
욕심은 이기심이며 이기심은 자신의 악성이나이다.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릴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의 악성으로 자연과 우주의 선한 이치를 절대 이길 수 없나이다.
그래서 님이시여,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님의 고귀한 인생을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위에 옮겨 놓으소서.
계획했던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꼬이고 흐트러지면
잠시라도 일손을 놓으시고
자연과 우주의 섭리를 향해 두 손을
겸손되이 합장하소서.
인생이 지치고 속이 상하실 때 그 누구를 향한 원망과 증오를 거두시고
가슴 속 어딘가에 있는 욕심을 찾아 나서소서.
고통은 자신의 악성으로 인한 선의 상처이나이다.
자신의 악성으로 자신의 선을 공격하면서
스스로 괴로워하고 힘들어하지 마시고
따뜻한 녹차를 마시면서 화해의 상태로 만드소서.
그리하면 악은 절대 선을 이길 수 없으며
욕심은 현실을 능가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나이다.
오랑캐꽃도 제비꽃도 잠자리와 다람쥐들도
강아지와 고양이들도 물고기와 새들도 한없이 행복한데
왜 우리는 이다지도 괴롭고 슬프나이까?
우리 모두는 자연의 섭리대로 쉼 없이 흘러야 하나이다.
나는 너에게로 너는 나에게로
너는 그 사람에게로 그 사람은 너에게로
계속해서 들어가고 들어오고 해야 하나이다.
그러려면 욕심을 버려야 하나이다.
진실로 참된 행복은 모자라지도 않고
남지도 않는 상태이나이다.
45억년의 지구의 역사 속에 단 하루 같은
너와 나의 인생이 행복했으면 참 좋겠나이다.
우리의 인생은 행복할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지니고 있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0년 10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