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0년 8월 묵상카드

단상 82 (10년 08월)

“0”은 혼자 있으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다른 숫자 뒤에 있으면 10배의 역할을 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에는 지구를 포함하여
수많은 행성들이 있나이다.

하지만 유독 지구에만 사람이 살고
그 밖의 다른 별들에는 그 어떤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나이다.

생명체가 살지 않는 별들은 참으로 무의미하며
그 존재 가치가 마치 숫자의 Zero와 같나이다.

하지만 무 생명체의 행성 중 그 어느 하나라도 사라지면
서로 간의 중력 때문에 유지되어 온 일정한
상호간의 거리가 흐트러지면서
태양과 지구의 일정한 공전궤도가 이탈되나이다.

그래서 결국 지구가 태양 속으로
빨려 들어가 흔적조차 없어지나이다.

또한 우주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행성의 파편들이
두서없이 돌아다니면서 지구와의 충돌을 야기하고 있나이다.

그러나 이 또한 지구의 600배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
목성의 엄청난 중력의 힘으로 지구로 향하는
거대한 행성의 파편들을 끌어 들이고 있기 때문에
지구가 지금까지 무사히 평화를 누리고 있나이다.

이렇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생명이
전혀 살 수 없는 척박한 환경의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행성들 덕분으로 멸망을 피해갈 수 있음을
꼭 기억해야 하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생명들이 모여 사는 이 지구 안에서도
똑같은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나이다.

참으로 이 세상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들이 많이 있나이다.

아니 없으면 더 좋을 사람들도 많나이다.

선천적인 장애자들, 인공호수로 삶을 영위하는 병실의 환자들
연로하고 병약한 노인들, 교도소의 죄수들
하염없이 나를 괴롭히고 흔들어 대는 미움의
대상들이 수없이 많나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다름 아닌
아라비아 숫자의 “0”과 같은 존재들이나이다.

하지만 무생명의 행성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구가 온전할 수 있는 것처럼
이런 사람들이 없으면 잘난 사람들과
나 자신 또한 존재 할 수 없음을 꼭 명심해야 하나이다.

왜냐하면 사랑의 대상이 사라지기 때문이나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과정이나이다.

물은 아래로 흐르면서 한없이 정화되고
또 다시 아래로 흐르면서 정화되어
맑고 거대한 바다를 만드나이다.

지구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는
육지를 감싸 안으면서 육지의 모든 생명체들을
보호하고 살리나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 또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면서 내 자신이 정화되고 인품이
완성되어 온전한 人生을 마감하게 되나이다.

만약 제일 밑바닥의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함께 존재하지 않으면 위의 계층의 잘나고
멋있는 사람들의 완성은 절대로
기대할 수가 없나이다.

세상에서 가장 버림받는 사람들이
나의 삶과 생명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인정하신다면 이 사람들과
기꺼이 관계를 맺으셔야 하나이다.

이 사람들이 버림받은 채로 있으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와 손잡으면 나에게
10배 100배의 힘을 보태준다는 사실을
꼭 명심했으면 하나이다.

지구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이 모든 우주가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잘 난 우리들의 인생을 완성시키기 위해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고통의 시간들을 지내고 있나이다.

하늘에서 땅에로 비가 내리듯이
우리는 쉬지 말고 아래로 내려가야 하나이다.

재벌들은 중소기업에로, 정치적 지도자는 국민에게로,
선한 자는 악한 자에게로, 스승은 제자에게로,
부자는 가난한 자에게로, 건강한 자는 장애자에게로,
단 하루도 쉬지 말고 내려가야 하나이다.

내려가지 않으면 흐르지 않고
흐르지 않으면 썩어 버리나이다.

오늘날의 우리 한국 사회가 바로 이러하나이다.
낙태율, 자살률, 이혼율, 성범죄율 등
모든 나쁜 현상들이 세계 최고를 기록하면서
나라 전체에 썩는 냄새가 진동하나이다.

사랑할 대상은 반드시 있어야 하나이다.

사랑할 대상의 존재들은 경제적 강국이
된다하더라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나이다.

왜냐하면 나와 우리 전체의 생명의
구조적 정화를 위해서 존재하는 천부적인
생명 고리의 당당한 일원이기 때문이나이다.

참으로 겸손하신 님이시여,
님께서는 오늘도 가난한 저희들에게
기꺼이 내려오시나이다.

님이 바로 가정과 사회를 구하는 119구조 요원이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0년 8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