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0년 7월 묵상카드

단상 87 (10년 07월)

건물을 지을 때 지하실부터 짓듯이
무슨 계획을 세울 때 마음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요즈음은 건물들이 너무 하늘로만 치솟나이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주거 공간인 아파트를 비롯하여
사업적인 빌딩까지 높게 높게 올리고 있나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땅이 너무 좁기 때문이나이다.
높이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지하실도 2층, 3층
심지어 5층 이상까지 만드는 곳도 많나이다.

건물을 지을 때 건축가는 지하실에 제일 많은 신경을 쓰나이다.
혹시 물이 스며들지나 않는지 아니면 환풍이 제대로 되는지를
먼저 꼼꼼히 따지면서 설계하고 시공을 진행하나이다.

만약 지하실에 문제가 생기면 건물전체에 균열이
간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나이다.

현대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재산 더 높은 학력
보다 나은 건강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하여
마치 전쟁을 치루는 듯 하나이다.

하지만 이러한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와 좌절의 실망으로 되돌아오고 있나이다.

우리 모두 삶의 고통과 피곤함에 지쳐 있나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아 행복과 평화를
구가할 수가 있나이다.

머리로 계획하고 노력하는 수많은 대중들 속에서
속도가 느리더라도 마음부터 정리하면 되나이다.

머리로 설계하고 마음으로 노력하면 반드시 실패하고
마음으로 설계하고 머리로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하나이다.

사실 우리 육신의 중심이 심장이듯이
우리존재의 중심은 마음이지 두뇌가 아니나이다.

마음은 주인이고 머리는 노예이어야 하나이다.

아파트의 지상 주거 공간은 절대적인 사적공간이지만
지하층은 공동공간이듯이 사람의 머리는 사적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역할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마음은 모든 사람의
공동 영역임을 인정하시면 참 좋겠나이다.
이 공동영역이 다름 아닌 사랑이나이다.

사랑은 우주 만물의 공동이치이며
그래서 너와 내가 함께 쓰고 함께 공유하며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절대적이고 유일한 공동구역이나이다.

그래서 님이시여
무엇을 계획하고 추진할 때 마음으로 기준을 잡으소서.
머리는 제 각각이지만 마음은 우리 모두가 하나이나이다.

먼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나이다.
먼저 사람을 사랑해야 하나이다.

불완전한 현재의 나를 먼저 인정하고
이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소서.

나를 먼저 용서하시고
다른 사람을 용서 하소서.

나를 먼저 사랑하시고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소서.

나의 마음의 밭을 먼저 열심히 가꾸어 놓으면
다른 사람들이 씨를 뿌리러 올 것이나이다.

씨를 뿌린 사람의 노력은 그대로 돌려주시고
나머지는 알뜰히 모아도 정신과 물질의 부유함을
충분히 누릴 수 있나이다.

참으로 겸손하신 님이시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나이다.

그러려면 내 마음부터 정리해야 하나이다.
매일 거울을 통하여 나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그 열정의 부분을 떼어서 맑은 물에
님의 마음을 비추어 보소서.

물이 맑으면 하늘이 비치듯이
마음이 맑으면 세상의 이치가 비치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0년 7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