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85 (10년 05월)
얼음이 아무리 두꺼워도 물고기가 살아갈 공간이 있듯이
사람의 인생이 제 아무리 힘들어도 삶을 이어갈
공간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사람의 인생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똑같이 거치나이다.
사람의 인생은 행복과 불행, 웃음과 눈물, 고통과 기쁨을
같은 양과 같은 무게로서 평등하게 겪으면서
80년의 세월을 지나게 되나이다.
물질의 부족, 건강의 시달림, 관계의 뒤틀림 속에서
단 하루도 편 할 날이 없나이다.
우리는 이러한 아픔과 고통의 시간들을 한 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나이다.
하지만 벗어나려고 애를 쓰고 노력할수록
늪 속으로 자꾸 빠져드는 것만 같은 환경 속에서
그만 주저앉고 싶나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생의 딜레마는 벗어날 수 있는 것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나이다.
왜냐하면 지구의 중심축이 23.5°로 기울어져 있고
공전과 자전을 통하여 시속 1,700㎞의 속도로
회전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상의 그 어느 생명체도
온전한 상태로 서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나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인생은 끊임없이 불안하나이다.
물질의 빈곤과 건강의 적신호와 원치 않은 관계를 통하여
숨 돌릴 틈도 없이 아프고 힘들고 불안하나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전은 삶을 포기하고
원망하는 상태가 아니라 이것을 통하여 우리 각자의
인생과 존재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나이다.
핵폭탄이 터진 곳에 새로운 생명의 새싹들이 움트듯이
지구의 불완전은 생명의 성장과 완성을 위한 에너지이며
역동적 구조이나이다.
이 불완전한 지구의 구조적 생명력을 보존하기 위해
태양계의 수많은 무 생명의 행성들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태양 둘레를 함께 돌고 있나이다.
태양계와 아니 무한한 이 우주가 지구의 불완전한
역동성을 떠받치고 있으며 완전을 향하도록
끊임없이 독려하고 있나이다.
따라서 너와 나의 불완전은 거부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끌어안으면서
감사해야 할 소중한 그 무엇이나이다.
그러하오니 님이시여,
그 어떠한 역경 앞에서도 무릎 꿇지 마시고
그 어떠한 사람 또한 포기하지 마옵소서.
이 무한한 우주의 존재와 지구, 아니 구체적으로
님의 인생을 위해서 말없이 움직이고 활동하고 있나이다.
나는 우주의 중심이며 임금이나이다.
나 없이는 우주도 없고 또한 그 어떤 존재도 무의미하나이다.
우리 모두는 인생의 그 어떤 아픔과 좌절을 이기고
다시 일어서야 할 의무가 있으며 권리 또한 지니고 태어나나이다.
얼음이 아무리 두꺼워도 물고기가 살아 갈 공간을
남겨 두듯이 물고기 보다 훨씬 귀한 님의 인생은
또 다시 회복할 공간이 충분하나이다.
그래서 님이시여,
고민하기보다 고통당함을 사랑하시고
앞날의 변화를 재촉하기보다 오늘의 불완전을 받아들이소서.
님께서는 충분히 그러할 의지와 힘이 있으시나이다.
왜냐하면 님께서는 그 어떤 인생보다도
불완전한 저희들의 인생과 함께
매일 매일 태양 둘레를 돌고 계시기 때문이나이다.
참으로 겸손하고 사랑 많으신 님이시여,
80년의 짧디 짧은 시간동안
아픔과 고통을 통하여 님의 인생을 완성하소서.
님의 임종 머리맡에 승리의 영원한 노벨상이 이미
놓여 있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0년 5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