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끓지 않으면 주전자에 김이 나지 않듯이
가슴을 끓이지 않으면 지혜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더 이상 가슴을 끓이지 않으려 하나이다.
너와 나의 가슴은 더 이상 아파하지 않고
작은 머리의 계산으로 고통을 제로로 만들어 가고 있나이다.
우리 경제 구조의 구석구석을 보면 hard 쪽에 집중되어 있고
soft 영역에는 별 다른 관심이 없나이다.
우리 사회는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커진
불안전한 마름모꼴 형태로 계속 치닫고 있나이다.
이러한 뒤뚱거리는 모양으로는 오래 걷지 못하고
주저 않고 마나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그 어느 때 보다도
가슴앓이가 필요한 시대이나이다.
우주의 진리나 이치, 삶의 가치나 보람, 행복과 평화와 기쁨은
모두 가슴에서 나오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슴을 천대하기 때문에
자살률이 세계최고이나이다.
머리는 만들어 가는 일에 치중하고
가슴은 만들어 지는 일에 관여하나이다.
만들어 가는 일은 언젠가는 깨어지지만
만들어 지는 일은 절대 부서지지 않나이다.
왜냐하면 만들어 가는 일은 인간의 욕심에서 나오고
만들어지는 일은 우주의 이치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나이다.
참으로 이 세상 사람들은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일을 가지고
고민을 하고 시간과 정열을 낭비하나이다.
정작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 사랑하는 것 뿐인데……말입니다.
농부가 제 아무리 밭을 열심히 일구어 수확을 기다린다해도
비가 오지 않으면 그만이듯이
우리의 삶의 자세가 우주에서 지구를 보고
가슴에서 시작하여 머리를 구사하는 순서로
시급히 바뀌지 않으면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님께서는 넓은 대로를 편안히 달리는 대중의 무리에서 벗어나
구태여 좁은 길을 걷고 계시나이다.
남들이 머리로 웃고 머리로 잔치를 벌일 때
님께서는 가슴을 움켜지고 남모르는 아픔과 고통을
끌어안고 계시나이다.
무릇 이기적인 사랑은 머리가 아프고
희생적인 사랑은 가슴이 아픈 법이나이다.
님의 작은 사랑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움직이는지 아시지 않나이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항상 기뻐하고 감사하는 님의 생애는 이시대의 보이지 않는
힘이며 능력이나이다.
가난한 저희들에게 주시는 작은 사랑하나가
그 행위 자체로 끝나지 않고
많은 열매를 맺어 간다는 사실을
님께서는 확인하고 계시나이다.
모든 행위에는 결과가 반드시 따르는 법이나이다.
가슴이 얼마나 맑으셨으면
버림받은 저희들의 인격이 보이시나이까?
영혼이 얼마나 깊고 잔잔하시기에
보잘것없는 저희들의 가치가 비춰지나이까?
참으로 지금까지 닦아 오신님의 수고와 아픔과 고통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존경을 드리나이다.
님께서는 이제 이세상의 보이지 않는 교사이나이다.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참 스승이나이다.
진정으로 고맙습니다.
2010년 1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