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09년 8월 묵상카드

뿌리가 약한 채소는 일 년을 살고
뿌리가 깊은 나무는 천년을 삽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나무의 뿌리는 사람의 마음이고 나무의 잎사귀는 사람의 머리와 같나이다.

사람들은 한 평생을 살면서 참으로 많은 세상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지만
과연 그것을 성공시킨 사람은 몇 명이나 되나이까?
그것은 거꾸로 가슴이 깊은 사람이 그 만큼 작다는 뜻이 아니겠나이까?

계획은 머리에서 세우지만 영양분은 가슴에서 공급되나이다.
머리는 이기적인 욕심으로 고민을 하고 가슴은 희생적인 아픔과 고통으로 성장하나이다.
머리는 남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가슴은 자신보다 이웃을 먼저 챙기나이다.
가슴은 공적이고 머리는 사적이나이다.

세상적인 계획을 세우기 이전에 자신의 가슴의 깊이와
마음의 질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이나이다.

먼저 가슴의 깊이를 측정해 보아야 하나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내가 타인을 위해서 얼마나 희생하고 양보하고 사랑하였는지를…….
이러한 일들이 크든지 작든지 상관없이 웬 만큼 충분하다면
님께서 설계하시는 그 계획을 현실에 옮기셔도 상관이 없겠나이다.

왜냐하면 님의 지난날의 행적들이 충분한 뿌리로 바뀌어 있기 때문이나이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가지가 잘려도 또 다시 새싹이 돋나이다.

이와는 반대로 이기적이고 일방적이며 독단적인 본인의 과거가
확인된다면 절대 본인의 계획을 현실화해서는 아니 되나이다.
지금은 비록 잎사귀가 푸르고 화려할지 모르오나
약한 뿌리 때문에 점차 말라죽고 말 것이기 때문이나이다.

모든 세상적인 계획의 승패여부는 잎사귀가 아니라 뿌리임을 꼭 명심해야 하나이다.
다음은 마음의 질서를 바로 잡고 안정시켜야 하나이다.

마음의 불안은 사랑을 행치 않아서 생기는 것이지 죄를 지어서 복잡해지는 것이 아니나이다.
죄는 우리 육신의 상처에 불과하지만 사랑은 사람의 생명과 관계하고 있나이다.
상처는 치료하면 그만이지만 암과 같은 치명적인 불치병은 의학의 한계를 넘어서 있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사랑보다 죄를 더 중시하며
마치 자신이 선한 사람처럼 착각하면서 살아들 가나이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나 우주의 환경은 누가 뭐래도
서로 주고받는 사랑의 이치에 의해 정확히 지배되고 있나이다.

죄보다 사랑이 중심인 사람은 무엇을 생각하고 계획하던 간에 다 이루어질 것이나이다.
이것이 진정한 현실이나이다.
누가 뭐래도 가슴은 옳고 그름과 크고 작음과 높고 낮음을 뛰어 넘어 있나이다.

우리 각자 인생의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는
가슴에서 결정되는 것이지 머리에서 주관하는 것이 절대 아니나이다.
왜냐하면 머리는 가슴의 아주 작은 부분에 속하기 때문이나이다.
열심히 살다가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힘들면 그냥 가만히 긴 침묵 속으로 들어가시면 되나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하여 머리의 것이 넓은 가슴으로 떨어져
자연스레 문제해결의 질서를 찾게 될 것이나이다.
물이 깊으면 소리가 나지 않듯이 가슴이 깊으면 세상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시면 끝까지 사랑으로 견디셔야 하나이다.
그 길이 비록 멀고 험할지라도 결승점까지 쉬지 말고 달려야 하나이다.
님께서는 충분히 해내시리라 믿나이다.
왜냐하면 님의 가슴은 그 누구보다도 크고 깊기 때문이나이다.

오늘도 님의 사랑이 작고 하찮은 저희들에게 까지 전해지고 있지 않나이까?
님의 힘들고 아픈 인생에 저희들의 보잘것없는 기도가 섞여 있음을 잊지 마소서.

그리고 꼭 천년을 사소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