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09년 7월 묵상카드

사랑은 나의 몫이고 변화는 그 사람의 몫입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사람의 인생은 80년의 세월을 지나면서도 왜 단 하루의 온전한 평화도 주어지지 않나이까?

길지도 않고 그렇다고 짧지도 않는 단 한번 뿐인 삶인데
아픔과 고통이 왜 쉼 없이 반복해서 버리지 못하는 옷처럼 입고 다녀야 하나이까?

나 때문에 아픈 것이나이까?
아니면 그 사람 때문에 힘든 것이나이까?
누가 뭐래도 우리 중에 그 누구든 혼자 아플 수 없고 혼자 힘들 수도 없나이다.

나는 너 때문에 아프고 너는 나 때문에 힘드나이다.
네가 없으면 내가 아프지 아니하고 내가 사라지면 그 사람이 힘들어하지 않겠지만
나는 너를 떠날 수 없고 너는 나를 버릴 수 없나이다.

우리는 이러한 인연을 해결하고 정리하고 싶지만
나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풀어가지 못함을 한탄하고 있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그 어떤 경우에도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마소서.
포기하면 할수록 더 힘들어지고 정리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지나이다.
단지 왜 우리는 이렇게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에 묶여있어야 하는지를 깨달아야 하나이다.

사실 무한한 우주공간 안에 수많은 행성들 중에 하나인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하나이다.

그런데 이 지구의 구조는 지축이 심하게 기울어져 있으면서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공전과 좌전을 통하여 회전하고 있나이다.
기울어져 있으면서 동시에 돌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것 하나
제 자리에 온전히 서 있을 수 있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나이다.

이러한 지구의 불안정한 구조 때문에 안정과 평화가 오래 지속되지 않으며
나는 너와 부딪히게 되고 또한 너는 그 사람과 씨름하게 되나이다.
그러나 여기서 참으로 중요한 것은 지구의 이러한 불안정한
에너지와 힘이 모든 존재를 완성으로 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나이다.

누가 뭐래도 사람은 선과 악의 이중적 존재이나이다.
나의 내면에 깊이 가라앉아 있는 악성은 스스로 드러내지 아니하며
그렇다고 고의적으로 흔들지도 않나이다.
아무도 모르게 감추어두고 그냥 혼자 즐기기만을 원하나이다.

우리 모두는 겉으로는 좋은 사람이고 안으로는 나쁜 사람임에 틀림이 없나이다.

우리가 참으로 한번뿐인 인생을 완성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면 우리는 흔들려야 하나이다.
아니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우리는 흔들리고 있나이다.

정확한 이성으로 숙고하자면 나를 흔드는 것은 네가 아니며 너를 흔드는 것 또한 내가 아니나이다.
너와 나를 흔들고 어지럽게 만드는 것은 지구의 구조적인 환경자체이나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흔들면서 괴롭힌다고
미워하고 아파하면서 등을 돌리고 비판과 공격을 마음껏 퍼붓나이다.
그렇다고 더 편해지고 점차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움과 증오를 멈추지 않나이다.

참으로 진실하신 님이시여!
이러한 피할 수 없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사랑뿐이나이다.

지구와 우주는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인생과 나의 완성을 위해 존재하고 작업하고 있나이다.
그러하오니 아무리 힘들고 어려우시더라도 지구의 환경에 잘 순응하고 적응하여
님의 인생을 온전한 단순으로 완성하소서.

너는 나를 흔들고 나는 너를 흔들지만 그것은 과정속의 동기일 뿐 근원적인 원인이 아니나이다.
사실 우리 모두에게는 원수가 없나이다.
그래서 님이시여,그냥 사랑하소서.
그 사람의 변화는 그 사람의 몫이고 나의 변화는 나의 몫이나이다.
우리는 그 사람을 변화시킬 권리도 없사오며 그렇다고 침투할 자격증도 지니고 있지 않나이다.

단지 태양이 존재의 그림자를 있는 그대로 만들어 주듯이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지켜보소서.
참으로 진실한 사랑은 언제나 그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나이다.

내가 나 자신의 이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까지
그 사람의 괴롭힘은 결코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나이다.

참으로 내가 선으로 단순해질 때 그 사람을 계속 사랑할 수 있으며
그 사람의 변화는 나의 단순성 때문에 스스로 주체적으로 변화를 시작하게 되나이다.

사랑은 참으로 길고 느리며 오래가나이다. 님께서 가난한 저희들을 그렇게 사랑하고 계시나이다.
우리는 참으로 많이 변했나이다. 님께서 언제나 행복하셨으면 정말 좋겠나이다.
기도드리겠나이다.